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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그 소리를 내지 않는다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 와도
바람이 지나가면 그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을
지나가고 나면 그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君子)는 일이 생기면
비로소 마음이 나타나고 일이 지나고
나면 마음도 따라서 비워진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소유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눈을 즐겁게 해 주는 것.
그들의 귀를 즐겁게 해 주는 것,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이면 가리지 않고
자기 것으로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남의 것이기보다는 우리 것으로,
그리고 또 우리 것이기보다는 내 것이기를 바란다.
나아가서는 내가 가진 것이 유일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기
위하여 소유하고 싶다고 거리낌 없이 말한다.
얼마나 맹목적인 욕구이며 맹목적인 소유인가?
보라.
모든 강물이 흘러 마침내는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듯이 사람들은 세월의 강물에 떠밀려
죽음이라는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게 된다.
소유한다는 것은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모든 사물이 어느 한 사람만의
소유가 아니었을 때 그것은 살아 숨쉬며
이 사람 혹은 저 사람과도 대화한다.
모든 자연을 보라.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 와도
바람이 가고 나면 그 소리를 남기지 않듯이,
모든 자연은 그렇게 떠나며 보내며 산다.
하찮은 일에 집착하지 말라.
지나간 일들에 가혹한 미련을 두지 말라.
그대를 스치고 떠나는 것들을 반기고
그대를 찾아와 잠시 머무는 시간을 환영하라.
그리고 비워 두라.
언제 다시 그대 가슴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채근담 중에서-
삶에 아름다운 향연에서
우리는 주인공이되어 살아가지만
때론 조연이어야만 하는때도 많습니다.
빛바랜 창호지처럼
낡아버린 삶의 한조각을 지니고서도
새로단장한 아담한 토담집처럼
소박한 삶이 그리워질때도 있습니다.
그리화려하지는 않아도
그리멋지지못해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서로의 사고가 달라서 서로의 모습이 달라서
서로의 주어진 환경이 달라서
다르게 보이지만 우리는 하나되어 살아갑니다.
나의 사소한 생각들이
우리의 작은 사랑이 누군가의 빛나는
지혜가 한데 어우러져 살아갑니다.
각자의 인생에서는 주연이지만
또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조연의 모습으로 살아야함은
우리는 함께 나누며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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