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무쇠 솥
고향마을 초가집 지붕 아래에는 4 개의 크고 작은 무쇠 솥이
있었습니다.
덩치가 큰 놈에서 작은 놈까지
덩치에 따라 쓰임새와 운전수가 달랐던 무쇠 솥
제일 큰놈은 건너방 아궁이에 있는 놈으로 솟뚜껑 운전수는
아버지 이십니다.
아침과 저녁으로 소에게 먹일 쇠죽을 쒀내느라 " 푸~우푸 큰 한숨을
연실 내 쉬지만 비교적 한가한 편입니다.
아버지는 덩치가 큰 놈이 덩그러니 놓여 외로울까봐 늘 무쇠솥
옆에는 여물 바가지와 " ㄱ"자로 생긴 여물주걱을 놓아
두셨습니다.
나머지 3 개는 안방 부엌에 큰 순서대로 나란히 자리잡고
어머니의 능숙한 운전 솜씨를 기다립니다,
정비 실력 까지 갗춘 어머니는 언제나 솥 뚜껑이 반짝 반짝
빛나도록 닦고 훔치고 문지르며 관리를 하십니다,
덕분에 안방 무쇠솥은 장수를 합니다.
크기가 다른 3 개의 무쇠솥은 저마다 하는일이 다릅니다,
큰솥은 물을 끓이는 솥으로 때로는 두부와 엿을 만들때
사용 됩니다,
중간솥은 제일 바쁘면서 시달립니다,
온 식구가 먹을 밥을 짓고 밥을 푸고나면 누룽지를 �느라
매일매일 주걱으로 긁히는 시달림을 당하는 불쌍한 놈입니다,
제일 작은 막내 솥은 엄마의 음식 솜씨를 담아내는
요술 단지 입니다.
항상 변하지 않는 어머니의 구수한 손맛을 내는 국과 찌게를
끓여 냅니다.
저마다 크기는 달라도 역할이 분명했던 시골집의 "무쇠 솥"
가스레인지와 오븐에 밀려 차츰차츰 사라진 정겹던 무쇠 솥,
찬바람이 부는 가을의 문턱에서 문득 무쇠솥으로 끓인
숭늉이 생각나는 이유는 그리움 때문만은 아닌듯 합니다.
(추억속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