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라리 빗물이고 싶다/양애희 꿈결처럼 손길 닿은 흔적마다 마음 두드리는 비가 내린다 그 천개의 무색 숨결위에 서서 아흔아홉 붉은 추억이 걷는다 가슴 한치에 꽂은 그리움 스르르 작은 입술 열어 한꺼번에 쏟아지는 가슴에 못다한 말 끝도 없이 기울다가 다시 뒹군다 꿈결처럼 꿈결처럼 황홀한 생각 하나를 매달고 숨결처럼 숨결처럼 선채로 흐르는 뼛속에 스며 지워도 지울 수 없는 이름 풀길없는 강물위에 떨어진다 바튼 기침소리처럼 허공에다가 속절없이 오로지 쏟아낸다 글쎄, 나는 거기서 차라리 빗물이고 싶다 진즉 왜 몰랐을까 마지막 숨을 놓으며 그리움이 내린다 아, 빗물 턴 조팝나무 물 젖는 소리 네 곁에 거리낌없이 머무를 빗물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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