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미끼 / 김명인
바다가 너무 넓어서
한 칸 낚싯대로 건져올릴 물고기
아예 없으리라 생각했다
줄을 드리우자 이내 전해져온 이 어신(魚信)은
저도 외톨인 한 바다 나그네가
물 밖 외로움 먼저 알아차리고
덥석 미끼부터 물어준 탓일까
낚싯대 쳐드는 순간
한참이나 찌를 통해 주고받았던 수담(手淡)
'툭' 끊어져버리고
걸려온 것은 한 가닥 잘린 수평선이다
외로움도 지나치면 해 종일 바닷가에 서서
수평선에 이마 닿도록
나도 한 마리 마음 물고기 따라나서지만
드넓은 바다 들끓는 파도로도
더는 제 속내 펼쳐 보이지 말라고
헝클림 없이 자옥하게 저물고 있는,저무는 바다
그 어둠 속속들이 헤매고 온 물고기 한 마리
덥석,한입에 나를 물어줄 때까지
나,아직도 바닷가에 낚시 드리우고 서 있다
어느새 바다만큼 아뜩하게 자라
내 앞에서 맴도는
태어나지 않은 저 물고기,
마침내 나를 물어 바다 한가운데
풀어놓아줄 때까지
* 제3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 중앙일보. 문예중앙
sun of jamaica / 굼베이 댄스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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