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마직막 잎새가 떨어지기 전에

이천사2 2008. 9. 27. 14:57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기 전에

        [homihomi-호미숙]
         

        끝이다
        비포장 신작로를 걸어
        구불구불 비뚤어진 오솔길도 지났다
        등 굽은 할머니가 장에 가다 한숨지며
        철 퍽 앉아 쉬었을 언덕,
        내려앉은 구름을 지고 올라가는 길
        가파르고 힘들지만 올라야 하기에
        밟힐 듯 보이지 않는 개미처럼
        제 덩치보다 몇 배 큰
        나뭇잎을 물어 나르듯 생의 짐을 졌다

         

        바로 앞이다
        나뭇지게의 육중함을 이겨낸
        아버지,
        흐른 땀이 흘러
        지게 끈을 적실지라도
        작대기 지팡이 삼아 힘겹게 걸었던 이 길
        너와 나,
        누구나 가야 할 길이다

         

        종점이다
        가을 단풍이,
        겨울에 살아남기 위한 몸만들기 하듯
        햇살에 엽록소를 태워 낙엽을 떨군다
        서서히 종착지를 향한 생의 한가운데 서서
        무얼 망설이는가,

        바람을 몰아 마시자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찰나,
        끝이다.


        -시집 속의 향기-

         

        [명상음악]물같이 바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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