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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줄 모르면 죽는다네

이천사2 2015. 9. 23. 17:35

 

◐버릴 줄 모르면 죽는다네...◑

西山大師 영정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보게, 친구!
    살아있다는 게 무언가?

    숨 한 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있다는
    증표(證標)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空氣)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길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 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

        生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스러짐이라.

        뜬구름 自體(자체)가 本來(본래)
        實體(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묘향산 원적암에서 칩거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치던
              서산대사께서 85세의 나이로 운명하기 직전 위와 같은
              시를 읊고 나시어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잠든 듯 입적 하셨다고 합니다.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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