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수없이 다짐해놓고

이천사2 2011. 3. 6. 14:06

 

수없이 다짐해놓고 / 雪花 박현희

이제는 모두 잊으리라

더는 아무런 미련도 두지 않으리라

수없이 다짐해놓고

마음은 어찌하여 말처럼 생각처럼

그리 쉽지가 않은 걸까요.

남들은 쉽게 사랑하고

쉽게 돌아서기도 잘하던데

아무리 잊으려 애를 써도

한없이 여리고 모질지 못한 내겐

그것이 왜 이리도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모두 다 고요히 잠든 동지섣달 기나긴 밤

하늘하늘 길게 드리워진 커튼 너머로

보송보송 탐스러운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군요.

눈 덮인 하얀 세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니

고독은 손님처럼 다시 내게 찾아오고

조용히 밀려드는 그대 향한 그리움으로

도무지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군요.

눈을 감아도 눈을 뜨고 있어도

온통 그대 생각이 떠나지 않는 걸 보면

그대를 사랑하는 일은

어쩌면 내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 할

또 다른 나의 숙명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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