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4월은 갈아 엎는 달

이천사2 2009. 4. 12. 20:53

        4월은 갈아 엎는 달 / 신동엽 내 고향은 강 언덕에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가난. 지금도 흰 물 내려다보이는 언덕 무너진 토방가선 시퍼런 풀줄기 우그려 넣고 있을 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 것들.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산천(山川)은 껍질을 찢고 속잎은 돋아나는데, 사월이 오면 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 우리네 조국에도 어느 머언 심저(心底), 분명 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 사월이 오면 곰나루서 피 터진 동학(東學)의 함성, 광화문서 목 터진 4월의 승리여.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 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享樂)의 불야성(不夜城) 갈아 엎었으면 갈아엎은 한강연안(漢江沿岸)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 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갈아엎는 달. 그 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일어서는 달. 음악 ; Erev Shel Shoshanim / Harry belafonte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천히 살아가는 인생의 지혜   (0) 2009.04.12
연륜의 아름다움   (0) 2009.04.12
나무가 있는 길   (0) 2009.04.12
멋진 중년의 작은 소망  (0) 2009.04.12
빗방울길 산책   (0) 2009.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