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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하나 있었으면

이천사2 2012. 1. 24. 10:28

 

이런 사람하나 있었으면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 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 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다시 피는 꽃'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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