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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마다 이 맘 때면

이천사2 2011. 2. 6. 07:56

 

 

 

   
 
 
해 마다 이 맘 때면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그리워지는 풍경과
어머니의 얼굴이 있습니다. 
 
 
 
 
놋그릇을 사용하던 시절
조금만 사용하면
시커멓게 변했지요
놋그릇 닦는일
쉬운일이 아니었지요
 
기와장 곱게 빻아
수세미에 묻혀 가마니 펴놓고
어머니가 놋그릇을 딱으시면
우리들은
신기한듯 바라보았습니다.
 
어머니의
이마에 땀이 맺힐때쯤이면
놋그릇은
반짝반짝 빛이났지요
 
 
 
 
설이 다가오는 이때쯤이면
이불호청
배게호청 빨래감 가득이고
뒷냇가에서 방망이로
두드려 빨래해와서는
밤이 늦도록
다듬이질을 하셨지요
 
 담너머 이웃집에서도
토닥토닥
다듬이 합창이
들려오곤 했습니다.
 
 
 
 
 
콩을 골라내어
시루에 앉히고
고소한 참기름도 새로 짰습니다
대목장에 나가서
새 양말도 사고
빨간 금박댕기도
사가지고 왔습니다
 
 
 
 
 
달력에 가위표를 하며
기다리든 설
집집마다 분주 합니다
 
바가지에
콩나물이 담겨 전해지고
두부 한 모 계란 한꾸러미로
 인정을 전합니다
 
담너머로 고소한
기름냄새가 넘어오고
부침개며 탕국끓이는
냄새로 배가 불러옵니다
 부엌을 오가며
하나씩 얻어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오동통 살오른 모시 조개같고
어여쁜 여인네의
맑은 눈같은 가래떡을 썰며
누구것이 더 예쁘다느니
밉다니 은근히 경쟁하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던
따스한 온기도 ..
 
 
 
 
 구정빔으로 해주시던
분홍 치마 저고리에
대한 고운 추억도 ..
 
이제는 벽에 걸린
빛바랜 사진처럼
아련히 멀어진 그리움이되어
 이 맘때만 되면 눈이
싸르르 시려질만큼
 어린 날 설 명절의
인심과 정이 그립습니다.
 
 
  
그리고
비록 주름이 지었지만
부모님의 인자하신
그 모습이 그립기만 합니다.
 
그때 받았던 그 새뱃돈도
참 요긴하고
아름다웠던
추억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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